주식 커뮤니티를 보다가 "삼천당제약 물렸어요"라는 글을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보게 된 건 지난주부터였습니다. 한때 주당 118만 원을 넘나들며 코스닥 시총 1위까지 찍었던 종목이 불과 며칠 만에 30만 원대로 추락했으니, 투자자들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종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터라, 이번 사태를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황제주가 되기까지, 그 이면의 수상한 흔적들
삼천당제약이 올해 들어 400%에 가까운 폭등을 기록했을 때,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기술이 있었습니다. 바로 S-PASS(에스패스)입니다. S-PASS란 기존에 주사로만 투여하던 인슐린이나 비만 치료제 같은 고분자 단백질 의약품을 경구, 즉 먹는 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약물 전달 기술입니다. 성공만 한다면 수십조 원 규모의 시장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 기술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그게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시에도 찜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회사가 공개하는 정보의 방식이었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수조 원대 매출 전망을 공식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 형태로 먼저 시장에 흘렸습니다. 여기서 공정공시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특정인이나 특정 경로가 아닌 모든 투자자에게 동시에,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를 말합니다. 공식 공시 채널을 통하지 않고 보도자료로 먼저 퍼뜨리는 건 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한국거래소는 2025년 4월 21일, 삼천당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최종 지정하고 벌점 5점을 부과했습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란 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위반했을 때 거래소가 내리는 공식 제재로, 일정 기준 이상의 누계 벌점이 쌓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됩니다. 쉽게 말해 상장폐지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위험 구간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현재 삼천당제약의 누계 벌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과거 10년간의 공시 이력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뚜렷해집니다. 삼천당제약이 각종 계약을 통해 제시한 매출 전망 및 투자 유치 금액의 합산은 약 2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2024년 기준 실제로 인식된 매출은 134억 원에 그쳤습니다. 계약 체결부터 실제 매출 인식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2조 3천억과 134억 사이의 괴리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수치입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 이유
시장의 불신이 커지자 삼천당제약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S-PASS 기술의 실체 논란에 답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미국 FDA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했고, 문서에 찍힌 ANDA 번호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여기서 ANDA란 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의 약자로, 제네릭 의약품(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된 약의 복제약)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FDA에 제출하는 간략 신약신청서를 말합니다. 대표이사는 FDA가 이 서류를 접수했다는 사실을 허가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접수와 허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즉각 반박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 즉 회사가 핵심 데이터 대신 절차상의 사실만 내세울 때는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물 전달 기술의 핵심 수치인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 데이터, 그러니까 먹는 약으로 전달했을 때 실제로 혈중에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은 "경쟁사에 핵심 기술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는데,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었습니다.
더 황당했던 건 기자회견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특허 구조와 임상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 인물이 연단에 올랐는데, 기자들이 이름과 직책을 묻자 끝내 밝히지 않은 채 퇴장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니 삼천당제약 소속이 아닌 바이오스파마 석상제 대표였습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가진 상장사 공식 행사에서 발언자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은 제가 보기에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소통 문제였습니다.
지금 이 종목, 어떻게 봐야 할까
투자자라면 지금 삼천당제약을 두고 "이게 바닥인가, 아니면 더 내려가는가"를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지금 당장 매수 타이밍을 논하기보다 아래 세 가지 리스크 요소를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 벌점 누계 현황: 이번 5점 부과로 누계 벌점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고, 15점 기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 S-PASS 임상 데이터 공개 여부: 생체이용률 수치 등 핵심 데이터가 언제, 어떤 형태로 공개되는지가 기술 실체 논란의 해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 일정: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치료에 쓰이는 블록버스터 안과 의약품입니다. 바이오시밀러란 이미 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의 복제 버전을 말하며, 삼천당제약은 이 제품의 유럽·캐나다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계획 대비 출시 지연 여부가 현금흐름에 직결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최근 5년간 정정공시를 포함해 총 42회에 걸쳐 공시 내용을 수정한 이력이 있습니다. 정정공시가 잦다는 것은 처음 공시한 내용의 정확도가 낮았다는 뜻으로, 이 자체가 신뢰도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제가 이 수치를 확인했을 때 "이 회사의 공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라면 시장의 의구심에 데이터로 답해야 합니다. 삼천당제약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가 방어가 아니라 핵심 임상 수치를 공개하고 공시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고려하신다면 지금의 급락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위에 정리한 리스크 요소들이 해소되는 시점을 확인하고 들어가셔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8GKmA3wN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