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실적 발표는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켓랩(RKLB)이 2026년 1분기 매출 2억 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 이상 성장했고, 주가는 단 하루 만에 35%가 폭등했습니다. 적자 기업이 이 정도 주가 반응을 끌어낸다는 게 처음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숫자를 하나씩 뜯어 보니 시장이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선 매출의 질적 변화
처음 실적 요약을 접했을 때 저는 매출 성장률보다 사업 구조 변화에 더 눈이 갔습니다.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이 38.2%를 기록했다는 대목에서였습니다. 여기서 매출 총이익률이란 매출에서 원가를 뺀 금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이 실제로 남기는 돈이 많다는 뜻입니다. 과거 로켓랩은 발사 한 번에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기 때문에, 날씨나 기술 결함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분기 실적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의 기업은 주가 변동성이 심해서 장기 보유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런데 이번 분기 데이터를 보면 위성 시스템과 핵심 부품 제조를 담당하는 스페이스 시스템(Space Systems) 부문이 전체 매출의 68%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스페이스 시스템 부문이란 로켓 발사 자체가 아니라, 위성 본체·광통신 레이저·정밀 액추에이터 등 우주 인프라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시스템을 직접 설계·제작해 공급하는 사업 영역을 말합니다. 한 번 공급 체계에 편입되면 이탈이 어렵고,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마진을 보장받는 구조입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로켓랩이 단행한 전략적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가 있습니다. 수직 계열화란 부품 조달부터 완제품 제조, 납품까지 전 과정을 한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로켓랩은 광통신 레이저 기술을 보유한 마이나릭(Mynaric)과 정밀 액추에이터 기술을 가진 모티브 스페이스 시스템(Motive Space Systems)을 인수하며 이 퍼즐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스페이스X를 제외하고 이 수준의 수직 계열화를 달성한 상장 우주 기업은 현재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분기 실적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분기 매출 약 2억 300만 달러, 전년 대비 63% 이상 성장
-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 38.2% 기록, 회사 역사상 최고치
- 스페이스 시스템 부문이 전체 매출의 68% 차지
- 총 수주 잔고(Backlog) 22억 달러,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
- 2분기 매출 가이던스 2억 2,500만~2억 4,000만 달러 제시
특히 수주 잔고(Backlog)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수주 잔고란 이미 계약은 됐지만 아직 납품·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계약 금액의 합계로,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몇 년치 매출이 사실상 확정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22억 달러 수주 잔고는 단순히 큰 숫자가 아니라, 로켓랩의 앞으로 수년간 먹거리가 이미 채워져 있다는 신호입니다.
국방 우주 시장 침투와 뉴트론이라는 승부수
저는 이번 실적에서 시장이 가장 흥분한 부분이 방산 계약 모멘텀이라고 봅니다. 레이시온(Raytheon)과 손잡고 미국 우주군의 우주 기반 요격기(SBI, Space-Based Interceptor) 프로젝트의 기술 시연 파트너로 선정된 것, 그리고 방산 AI 기업 안두릴(Anduril)이 전액 자본을 투입해 로켓랩의 헤이스트(Haste) 로켓을 활용한 극초음속 시험 비행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우주 기반 요격기(SBI)란 지상이 아닌 우주 궤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감지하고 요격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현대전에서 위성 자산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이 분야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수십 년에 걸친 대규모 예산이 집행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방산주를 일반 성장주와 다르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기 침체나 시장 변동성과 무관하게 한 번 계약이 체결되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수년간 보장됩니다.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에만 국가 안보 자산을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강력한 '플랜 B'를 원해 왔다는 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이야기입니다. 로켓랩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실적 숫자가 증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우주군(USSF)은 발사 서비스의 다변화를 전략적 목표로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솔직히 가장 주목하는 것은 차세대 중형 발사체 뉴트론(Neutron)입니다. 뉴트론은 스페이스X의 팔콘 9(Falcon 9)이 독점하다시피 한 중형 발사 시장을 정조준하는 로켓으로, 탄소 복합재 구조와 재사용 가능한 설계를 통해 발사 원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 발사 일정은 2026년 4분기로 재확인되었고, 핵심 엔진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는 현재 NASA 스테니스 우주 센터에서 고압 연소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놀라운 점은 아직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뉴트론에 이미 5건의 대형 발사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는 해당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매우 높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우주 산업에서 일정 지연은 흔한 일입니다. 현재 주가에는 뉴트론의 성공 시나리오가 상당 부분 선반영(Priced-in)된 상태이기 때문에, 발사 일정이 조금이라도 밀리면 PS비율(주가 매출 비율) 60배에 달하는 현재 밸류에이션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열어둬야 합니다. 여기서 PS비율이란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로 나눈 수치로, 같은 업종 평균이 10배 내외임을 감안하면 현재 로켓랩에 얼마나 두터운 성장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로켓랩을 바라보는 가장 냉정한 시각은 이겁니다. 사업 구조의 질적 변화는 이미 숫자로 증명됐고, 방산 계약이 수익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트론이 계획대로 날아오르지 않으면 주가는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단기 등락보다 뉴트론 개발 일정과 아르키메데스 엔진 테스트 결과를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지금 로켓랩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6DUSevIL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