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국-이란 고위급 협상이 21시간 만에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역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실 4월 10일 금요일 장 막판에 저는 하락 쪽으로 베팅을 걸어뒀거든요. 협상이 이틀 만에 타결된 역사가 없다는 것에 확신을 두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협상 결렬, 예고된 수순이었던 이유
협상이 파국으로 끝난 건 사실 어느 정도 구조적으로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우선 협상 장소가 파키스탄이었다는 점에서부터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파키스탄은 중재국으로 나섰지만, 양측을 한 테이블에 앉히는 직접 대면 협상이 아니라 중간에서 조건을 전달하는 간접 협상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접 대면에서도 뉘앙스와 분위기가 협상의 방향을 좌우하는데, 서면으로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쌓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핵심 의제에서의 간극도 너무 컸습니다. 미국이 요구한 건 이란의 핵 농축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허용이었습니다. 여기서 IAEA란 핵 관련 활동을 국제적으로 감시하고 검증하는 유엔 산하 기구입니다. 반면 이란은 핵 개발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 격차는 한쪽이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이상 메워지지 않습니다. 전쟁이 40일 넘게 이어졌는데도 어느 쪽도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항복에 가까운 조건을 수용할 리 없죠.
저는 금요일 장 막판에 하락 쪽에 베팅하면서도 주말 내내 살짝 불안하긴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반등하고, 협상에 긍정적인 뉴스들이 쏟아졌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생각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협상 대표로 나선 인물이 JD 밴스 부통령이었다는 것입니다. 밴스는 협상을 부드럽게 매듭짓는 타입의 인물이 아닙니다. 트럼프보다 더 강경하면 강경하지 절대 유연한 인물이 아닌데, 그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는 건 미국이 타협보다 강한 조건의 선포를 원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실제로 이번 협상은 미국이 전쟁을 확대하기 앞서 국제사회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는 절차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협상 결렬로 인해 내일 시장이 받을 충격을 가늠하려면 다음 핵심 지표들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량: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유가 충격은 누적됩니다.
- WTI 및 브렌트유 현물가: 협상 결렬 직후 선물 시장의 반응이 내일 장 분위기를 미리 보여줍니다.
- VIX 지수: 시장의 공포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20을 넘어서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구간입니다.
- 4월 21일 휴전 종료일: 현재 설정된 휴전의 만료 시점이며, 협상 결렬로 전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유가 백워데이션과 일본 금리, 두 개의 시한폭탄
이번 협상 결렬이 증시에 즉각적인 대형 충격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재 원유 선물 시장의 구조를 봐야 합니다. 지금 원유 시장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태입니다. 백워데이션이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말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지금 당장 사는 기름값은 비싸지만 3개월 뒤, 6개월 뒤 예약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한 구조입니다. 이는 시장이 "지금은 호르무즈 때문에 비싸지만, 결국 해협은 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심리가 유지되는 동안은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올라도 증시가 크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CPI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그런데 만약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계속 끌리면서 선물 가격 곡선이 역전된다면, 즉 콘탱고(Contango) 구조로 바뀐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콘탱고란 만기가 멀수록 선물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로, 시장이 장기적인 물가 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그 순간이 오면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고, 4월부터 단가 인상을 시작한 기업들에 5월분 인상이 더해지면서 도미노 물가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본발 변수도 조용히 무게를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27년 만에 최고치인 2.45%까지 올라왔습니다. 일본의 현재 기준 금리가 0.75%이니, 정책 금리와 시장 금리 사이에 1.7%포인트의 괴리가 생긴 셈입니다. 이 괴리는 시장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4월 내 기준 금리가 0.75%에서 1.0%로 인상될 확률이 70% 수준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더 조심스러운 이유는 일본의 역사적 맥락 때문입니다. 일본이 급격한 긴축을 썼던 마지막 시점이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이었습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 압력이 커집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데, 일본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이 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해외 자산의 대규모 매각,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유가 상승은 일본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장 빠르게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모든 걸 팔고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협상이 한 번이라도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하방 지지선을 만들어 주는 건 사실이거든요. "휴전"이라는 단어가 한 번 언급된 이상, 앞으로 협상이 재개될 때마다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하락 폭을 줄여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콘탱고 전환 여부, 그리고 일본의 4월 금리 결정은 지금부터 반드시 눈에 달고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저도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에너지 비용이 오르는 건 저도 직접 체감하고 있는 문제니까요. 다만 시장을 바라볼 때만큼은 희망과 분석을 분리해야 합니다. 지금 시장이 제일 위험한 순간은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이 판단을 흐릴 때입니다. 지금 보유 중인 종목이 이 변동성을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인지, 지금 가격이 충분히 싼 수준인지를 다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PYsNI0wh00&t=28s